<시나리오 개요>
초분 [ 草墳 ]
시신을 땅에 바로 묻지 않고 관을 땅 위에 올려 놓은 뒤 이엉 등으로 덮어 두었다가 2~3년 후 뼈를 골라 땅에 묻는 장례 풍습. 지방에 따라 초빈(草殯)·외빈(外殯])·소골장(掃骨葬)·초장(草葬) 등 다양하게 불린다. 임종에서부터 입관과 출상까지 유교식으로 하되, 바로 땅에 매장하지 않고 관을 땅이나 돌축대, 또는 평상 위에 놓고 이엉으로 덮어서 1∼3년 동안 그대로 둔다. 명일이나 명절에는 그 앞에서 제수를 차려 제사를 지내다가 살이 썩으면 뼈만을 추려 다시 땅에 묻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초분 [草墳]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풍습인 '초분'을 아직까지 전통 차원에서 유지하고 있는 마을 '초분리'.
초분리에 방문한 탐사자들은 마을 사람들의 애정어린 환대 속에 며칠 간 머물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의 주의는 단 하나.
'밤에는 아무데도 가지 말 것.'
그리고 마치 이끄는 것처럼, 탐사자들은 이 땅이 불러들이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KP의 주의사항
※ 이 시나리오는 전통 매장 방식인 초분에 괴담과 크툴루 룰을 접목한 공포 시나리오로 다수 취향 타는 소재를 다룹니다.
※ 저주, 죽음, 인신공양, 금단의 주법, 무당 등 무속적이고 오컬트적인 소재가 다수 등장합니다.
※ 식인 요소는 없으나 이기주의와 욕심으로 인한 제물과 사망, 살해, 구하지 못한 사람들 등이 등장하니 꼭 사전에 주의 바랍니다.
※ 해당 시나리오는 현실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모든 내용은 픽션입니다.
※ 시나리오를 즐김에 있어 창작자/플레이어는 등장하는 모든 반윤리적, 범죄적 소재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 모든 주의사항은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플레이어에게 반드시 사전고지를 하길 바랍니다.
※ 시나리오의 배경 특징 상 한자 단어가 빈번히 등장합니다. 기본 배경은 한국으로 세팅되어 있으나, 비슷한 매장 풍속을 가진 가상의 세계를 설정하여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단, 해당 경우에는 한자 단어를 그 세계의 언어에 맞춰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래로 KP의 정보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진상과 배경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는 그 방법이 타인을 희생하는 것이라도 이뤄내고야 말 것입니다. 초분리에 살던 한 부자가 바로 그랬습니다. 오대독자가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끔찍한 주술을 사용한 것입니다. 주술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대독자가 죽으면 매장 하는 대신 장례를 치르지 않고 그대로 움막에 안치해 초분한 뒤, 그 살이 썩고 뼈만 남을 때까지 둔다. 3년이 지나 탈골이 완료되면, 오대독자와 사주가 같은 이를 한 명 잡아 초분 속에 들여보낸다. 무슨 소리가 나도 들여다보지 말라. 반드시 새벽닭이 다섯 번 울 때까지 누구도 움막을 보면 안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날 해가 뜰 때 오대 독자가 살아돌아올 것이며 죽음의 운명도 피해갈 것이다.
이 주술은 '초분된 죽은 자'의 영혼을 그 뼈 속에 잡아두었다가, 새로운 육신을 가진 '살아있는 자'가 오면, 그 살아있는 자의 혼을 뽑아내 뼈에 가두고, 육신을 초분된 죽은 자가 차지하는 사특한 주술이었습니다. 오대 독자는 살아돌아왔고, 과연 질병도 다치는 일도 없는 채 무럭무럭 자라나 과거에 급제하고 가문의 이름을 드높였습니다. 모든 게 괜찮아보였죠. 성혼하여 첫날밤을 치러 태어난 아이가 죽어 태어나기까지는 말입니다. 가족은 한 번 더 초분을 결심했습니다. 죽어서 태어나면 다시 살리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초분리의 부자 가문은 후대가 죽어서 태어나고, 초분해서 되살리는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해오며 번성해나갔습니다. 어느덧 집성촌을 이루게 된 초분리에 태어날 때부터 살아있던 자는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쯤에 나이가 든 가문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번 죽음에서 돌아온 그들은 말 그대로 '죽음의 운명을 피해' 갔습니다. 이를테면, 늙고, 병들고, 점점 산 채로 해골이 되어가면서도 죽지 않았던 것입니다. 산송장이 된 사람들은 다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한 번 초분을 성공했다면, 두 번은 못할 게 뭐냐. 게다가 죽은 것을 되살리는 데에는 같은 사주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적당한 사람을 하나 잡아다 넣으면 되었죠. 그렇게 초분리는 영생을 얻었습니다. 초분 움막 속에는 육신을 뺏기고 썩어버린 뼈에 갇힌 영혼들이 끝없이 늘어났습니다. 초분된 영혼들은 실수라도 좋으니 육신을 가진 자가 초분에 들어오기를 원합니다. 되살아나고 싶은 거죠. 그러나 그들이 되살아난다는 것은 초분리의 멸망을 뜻하기에, 초분리 사람들은 결코 육신을 가진 자와 초분 양쪽 모두를 놓을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초분리는 오래된 풍속인 '초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아주 낡은 집성촌으로 가장하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에도 어김없이 산송장은 발생했고, 새로운 육신을 찾으려 듭니다. 탐사자들은 본래 초분 제물로 끌려와야 했지만, 탐사자들을 친구로 여기며 안타까워한 NPC는 그들이 제물이 되는 대신 이번 일을 해결해주고 모든 영혼이 제자리를 찾아 성불하기를 바랍니다. 그에 대한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나아가다보면 진상에, 그리고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트로
KP는 탐사자들에게 NPC '임여운' 과 어떤 관계인지 설정하도록 합니다. 제시할 수 있는 디폴트 설정으로는 모두 같은 대학교의 학생이며, 동아리 활동 등으로 만난 친구일 수 있습니다. 혹은 직장 동료일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만나 사이일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알지 않아도 됩니다. PC 중 한 명만이 NPC를 알 때에는, NPC의 제안을 들은 PC가 나머지 PC들을 설득하여 여행에 동참시키는 역을 맡도록 합니다.
[KP의 노트: NPC 임여운]
초분리 태생의 사람 중 하나입니다. 마을 사람들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 축이지만, 그 역시 죽은 채로 태어나 초분으로 되살아났으며 외모와 달리 90살이 훌쩍 넘었습니다. 최근에 두 번째 초분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몸을 얻었으며, 바깥에 나가 초분리로 산제물을 데려오는 역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바깥에 나간 후 초분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PC들을 살려보내려 하며 가능하다면 초분리가 영원히 사라지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그의 죽음을 의미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만 PC들에게 넌지시 힌트를 주거나 도와줍니다. 임여운을 KPC로 이용할 시에는 특정 엔드 외에는 반드시 사망한다는 점을 유의해주세요.
임여운은 초분리 사람이기 때문에 임여운과 혈연 관계는 어렵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극도로 제한된 인원이 불사를 유지하고 신분을 세탁하며 살아왔으며, 대를 잇기 위해 들인 몇몇 외부인 외에는 기본적으로 마을 내의 통혼만 유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굳이 혈연 관계로 두고 싶다면 임여운의 모계쪽 혈통의 육촌 이상의 관계 정도로 굉장히 먼 사이가 될 것입니다. 임여운이란 존재는 어느 날 나타난 신분 세탁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소꿉친구도 불가능하며 사회에 성인이 되어, 또는 고등학교 이상의 새로운 기관에서 만난 사이로 설정해주세요.
STATUS
근력 65 건강 80 크기 70 민첩성 75 지능 70
외모 70 정신력 80 교육 70 이성 50 체력 15
피해 보너스: +1D4 체구: 1 이동력: 8 마력: 10 운: 50
라운드당 공격 횟수: 1
근접전 (격투) 60%, 피해 1D3+1D4
접이식 군용 나이프 50%, 피해 1D6+1D4
관찰력 65%, 도약 40%, 듣기 50%, 말재주 40%, 매혹45%, 설득 50%, 심리학 45%, 역사 55%, 은밀행동 40%, 자동차 운전 70%, 자료 조사 40%, 추적 25%, 투척 45%
이야기는 임여운이 탐사자들에게 '우리 동네에 여행 가지 않겠냐' 라고 제안을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일행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해 결정해주세요. 대학생이라면 여름방학을 보낼 곳을 찾을 수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휴가철 치솟는 물가에 질려 사람 적고 인스타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관광 스팟을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형사나 경찰 등 특수 직종이라면 뒤쫒고 있는 범죄나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초분리에 있었던 것 같다며 꼬드길 수도 있습니다. 교수와 제자, 상사와 부하 등의 위계가 나눠진 사이라면 주말 농장에 함께 가자던가, 어떤 출장 때문에 그 근처로 가야 한다던가, 혹은 은사가 제자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와달라, 라는 연락을 남겼을 수도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초분리로 가는 것을 수락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초분리로 가기로 한 당일 점심, 이미 휴게소도 두어 번 지나쳐 초분리가 거의 가까워져 가는 시점입니다. 만약 일행이 원활하게 초분리로 가기로 합의했다면 도로에 표지판도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 때쯤으로 시작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임여운은 탐사자와 함께 이동수단을 타고 있습니다. (필요시 임여운은 자신이 카니발이나 스타렉스 같은 자동차를 제공합니다.)
임여운은 아래와 같은 정보를 탐사자에게 전달합니다.
- 초분리는 구닥다리 마을로, 집성촌이다. 마을에 한 50가구도 안 살고 있는데, 다 일가친척이다.
- 우리 동네는 아직까지 옛날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면사무소도 없고 이장도 친척 할아버지라 그냥 동네가 완전 옛날식이라고 생각해달라.
- 마을에 전기가 있긴 한데 밤늦으면 꺼진다. 너무 늦은 밤에 혼자 다니면 논두렁 빠져서 위험하니까 꼭 나랑 같이 다녀라.
- 옛날 장례는 초분이다. (초분이 뭔지 모른다면, 설명해줍시다) 그래서 마을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되는 곳이 있다. 내가 가르쳐줄테니 꼭 지켜줘라.
- 마을 가면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올려야 한다. 밖에서 사람 오는 게 드문 곳이라 외지 사람 오면 좋아하신다. 나도 가끔 재롱 피운다.
- 우리집은 옛날 초가집 같은 집인데, 별채에서 너희가 따로 잘 수 있다. 웬만한 에어비앤비나 민박보다는 시설 괜찮을 거다.
- 옛날 동네다보니 좀 미신이나 잔소리 같은 게 많을 수 있다. 적당히 어른들 하시는 소리니까 예예 하고 넘겨달라.
- (임여운이 벌초를 도와달라 라던가 연구를 도와달라 등의 제시를 했을 시) 보통은 사촌이나 좀 젊은 어르신들 모여서 일을 하는데, 이번에는 진짜 사람이 부족해서 너희들도 불렀다. 걱정 마라, 돈은 충분히 챙겨주겠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낡은 장승이 보입니다. 한자가 거의 다 벗겨져 나간 장승 옆에는 꺾여버린 솟대가 하얀 천이 감긴 채 바람이 불 때마다 꺼떡이고 있습니다. 문득 장승의 시선이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으며 일행은 초분리 마을로 들어섭니다.
초분마을
초분마을은 인구 수 60명 정도의 작은 마을입니다. 신기하게도 각 집마다의 텃밭과 작은 논 정도만 있을 뿐, 대규모로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흔한 비닐하우스도 없고, 새마을운동 시대에서 멈춘 것 같은 파란 지붕이나 담벼락의 주택들이 듬성듬성 모여 있습니다. 마을 중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평상, 마을회관, 작은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마을회관이라고 해도 노인정에 가깝습니다. 집성촌에 걸맞게 대문은 낮고, 대부분이 열려 있는데다 마을 물건들은 대부분 공용으로 창고에서 갖다 씁니다.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래된 느티나무와, 나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펼쳐진 뒷산에 나무를 온통 베어낸 흔적, 그리고 그 텅 빈 곳에 듬성듬성 있는 짚을 엮어 만든 움막 여러 개입니다. 저 움막이 바로 '초분'입니다. 임여운에게 물어보면, 초분의 사전적 정의와 함께 저 움막들은 만든지 몇 년된 것으로 거의 다 뼈가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탐사자들은 제일 먼저 마을회관으로 갑니다. 여름이라면 마을에서 몇 안되게 에어컨이 항시 돌아가는 곳입니다. 어르신들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임여운이 먼저 들어가 인사를 하고, 노인들이 반겨줍니다.
관찰력 판정 성공: '어르신'들이라고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상당히 젊은 외모입니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나이보다도 젊습니다. 일흔이라고 소개하는 마을 큰어르신은 잘해봐야 환갑이나 되었을까 싶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80대의 임정자입니다. 임씨 집안의 큰며느리로 지금은 큰어르신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사극에서 나올 것처럼 머리를 곱게 쪽지고 생활 한복과 전통 한복 사이의 옷을 차려 입은 어르신입니다. 어르신은 탐사자의 이름과 나이, 하는 일과 뭐하러 왔는지를 한 명씩 모두 물어봅니다. 이것은 임정자가 임여운이 사전에 말한 사람을 데리고 온 것인지, 그리고 신분을 세탁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던지는 질문입니다.
심리학 판정 성공: 임정자의 눈매는 날카롭고, 탐사자가 거짓을 말하는지 간파하고 있습니다. 눈빛에서는 형형하게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분명 환대하고 있지만 그 환대 속에서 오싹한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임정자는 탐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마을 규칙을 알려줍니다.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그것은 임여운이 잘 곳을 안내해주며 말해줄 것입니다.
1.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볼 때마다 인사를 하면 좋겠다.
2. 밤에 벌레가 많이 나오니 꼭 문을 닫고 자라.
3. 밤에 우는 것들은 키우는 닭이니 소란 피우지 말아라.
실제로 이 규칙은 마을 사람들이 남의 몸을 빌린 혼백 상태라서, 밤에 다른 유령들이 떠도는 소리들에 관한 것입니다. 기껏 초분을 위해 데려온 사람이 다른 잡귀에게 씌이면 곤란하니까요. 적당히 시골 분위기로 탐사자들에게 규칙에 대해 납득시켜준 뒤, 일행은 어르신들의 잡담에서 풀려날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다들 한 마디씩 주워섬기며 (결혼했냐, 몇 살이냐, 애는 있냐, 집에 부모님은 뭐하시냐 등등... 흔히 들을 수 있는 과한 관심들) 관심을 보입니다. 탐사자가 대인 기능 판정에 성공한다면 능숙하게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행이 머물게 되는 방은 임여운의 집의 별채입니다. 본채와는 떨어져 있고, ㅡ자 형의 집에 옛날 장지문 같은 디자인의 미닫이문이 달렸습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툇마루가 있고, 방은 한 개이지만 중앙에 가벽을 내리면 두 개로 쓸 수 있습니다. (성별이 다를 경우 이렇게 내려서 쓸 수 있습니다) 방의 오른편에는 오래된 병풍과 서랍장, 화로 장식이 있고 왼편에는 아직 옻칠이 다 상하지 않은 오래된 이불장이 있습니다. 노란 장판의 바닥은 뜨끈뜨끈합니다. 보일러가 달려 있지만 온돌도 아직 사용 가능합니다. 이불장 안에는 무거운 목화솜 이불이 탐사자 수보다 조금 더 많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툇마루를 따라 별채의 가장 왼쪽 끝에는 아궁이와 화장실이 붙어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화장실은 수세식입니다. 천장에는 조명이 하나, 전원 콘센트는 2개뿐입니다. 임여운은 '멀티탭을 꽂으면 전력 부하가 있을 수 있으니 돌아가면서 쓰도록 해.' 라고 설명해줍니다. 탐사자들이 여러 개의 핸드폰을 충전한다던가, 전기를 끌어쓸 경우에는 전기가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짐을 풀면, 임여운이 마을을 안내해줍니다. 이 때 마을의 방문 목적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대화합니다. 일을 돕기 위해 왔다면, 오늘은 자고 내일부터 일할 것이라는 것이고 그 외의 고문서를 찾으러 왔다거나, 범인을 찾고 있다 등 (어쩌면 초분리 인근에서 사람이 실종되는 것에 대해 의심하는 경찰도 있을 것입니다) 라면, 여기에 묵으면서 천천히 알아보자, 정도입니다. 어찌되었건 결론은 이 곳에서 하루 이틀 묵으며 마을을 천천히 살피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실제로 탐사자들은 초분리에서 2박을 하게 됩니다. 둘째날 밤에 클라이맥스 분기가 생깁니다. 둘째날 밤까지 분기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진상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임여운은 둘째날 밤에 탐사자들을 모두 초분에 밀어넣습니다. (END A. 배드 로스트 엔드) 키퍼는 이 점에 유의하여 탐사자들이 첫날 오후부터 둘째날 밤까지 모든 스팟을 방문하고 자료를 획득할 수 있도록 분배합니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먼저 가도 상관 없습니다.
초분 마을
초분마을의 구역은 크게 나누면 여섯 곳입니다. 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고정되어 있습니다. 임여운이 동행하고 있을 시, 대부분의 정보는 어려운 판정 없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임여운을 따돌리고 탐사자들끼리만 행동하는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판정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임여운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키퍼의 자유입니다. 탐사자들이 적대하거나 따돌려도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이지만, 그 특성상 굉장히 수상하고 미스리딩 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적절히 이용해주세요. 이틀에 걸쳐 본다면, 마을회관과 논밭, 구멍가게는 첫날에, 임정자의 집과 초분, 서낭당은 둘째날에 보는 것이 좋습니다만, 임정자의 집과 서낭당은 첫날과 둘째날 모두 방문하여 조사를 나눠서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마을회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아무래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촌이다보니, 각자 집에서 요리하기보다는 어느 샌가 마을 회관에서 다같이 밥을 해먹고, 또 여름에는 편하게 에어컨을 한 곳에서만 트는 식으로 익숙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기에 넉넉한 강당 한쪽에는 제삿상 차리기에도 넉넉한 앉은뱅이 상이 여러 개 접혀 벽에 기대 있습니다. 한쪽 벽에는 큰 TV와 쿠션이, 다른 쪽에는 화장실과 부엌이 있습니다. TV 근처에는 콘솔 박스처럼 마이크와 노래방 기계, 구형 컴퓨터가 있습니다. 마이크는 마을에 소식을 알리는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있다면 대체적으로 '요즘 젊은 것'에게 관심을 보이며 밑도 끝도 없이 앞에다 앉혀놓고 인생살이부터 손주계획까지 묻는 편입니다. (대인 기능 판정)에 성공하여 맵시있게 빠져나가는 쪽이 좋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호감을 산다면, 어르신들은 탐사자들의 인생 계획에서 자신들의 옛이야기로 주제를 옮겨가며, 옛날 앨범들을 보여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옛날 앨범들은 5년 단위로 사진들이 모여 있습니다. 비록 최근에 와서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뒤쪽 연도로 갈수록 사진이 많아집니다. 디지털 사진에서 필름, 자동카메라, 폴라로이드, 흑백 사진들이 다양한 시간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나 기묘한 것은 마을의 풍경은 언제나 그대로이며, (관찰력 판정)에 성공했다면 마을의 단체 사진 속의 얼굴이 바뀌지 않는단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닮았을 뿐이지 우리의 아버지/할아버지/사촌이다" 라고 합니다. 하지만 닮은 친척이라기엔 과하게 닮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잰 것처럼 사람들의 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사진이란게 발명된 이후부터 말이죠. 집성촌이라고 해도, 매번 똑같은 얼굴의 사람들이 똑같은 수로 태어나서 똑같이 사진을 찍는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논밭
마을 주변을 둘러싼 논밭입니다. 임여운의 설명에 따르면 쌀을 포함하여 고추나 참깨, 깻잎, 애호박 등 웬만한 식재료는 논밭에서 길러 마을 안에서 소비한다고 합니다. 판매 루트를 만든 것도 아니고, 지역 네트워크로 알음알음 판매하는 정도라 생산량도 적고 소비도 적습니다. 탐사자들이 방문하는 계절 설정에 따라서 자라는 것들은 다릅니다. 여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쪽에서는 파랗게 벼가 익어가고, 밭에서는 다 못 딴 고추와 애호박 등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감자를 캐다 말았는지 반쯤 파헤쳐진 검은 멀칭과 옥수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논밭에 들어가거나, 가까이 다가가면 어쩐지 차고 젖어있는 기분이 듭니다. 꼭 숲 속 그늘의 흙을 만지는 것처럼 서늘한 감각입니다. (듣기 판정)에 성공하면 물흐르는 소리와 함께 흐느낌 소리가 들립니다. 더욱 가까이 갈수록 그 소리는 커집니다. 귀를 기울이면 '살려줘' '꺼내줘' 여기서 나가게 해줘' 같은 목소리가 각양각색으로 들려옵니다. 정신력이 가장 낮은 탐사자에게는 발목이 잡히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땅을 파내도 나오는 건 없습니다. 정확히는 초분리에 묶인 혼백들이 원귀가 되어 떠돌며 흘러다니며 내는 소리입니다. 영적으로 민감한 체질이나 직업군의 탐사자라면 그것들이 귀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혼백들은 마치 '살아있는 데 몸에서 유체이탈한 생령'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컬트 판정)에 성공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밭에 너무 오래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서리 하지 말라며 쫓아내 줍니다. 마을 사람이 다가오면 영혼들이 한순간에 흩어져 버려 시원한 기운도 사라지고 갑자기 덥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구멍가게
민속촌의 근대 골목에나 나올 법한 가게입니다. 폰트도 70년대의 그것이고, 가게에서는 참기름 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안쪽에 방아 기계와 탈곡 기계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두부도 만들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근현대 유물 같은 옛날 도구들이 가게 한편에서 처량하게 썩어가고 있습니다. 가게를 지키는 것은 박 씨입니다. 그는 초분되지 않은 '멀쩡한' 사람입니다. 이제 칠순이 좀 넘었고, 60년 전에 마을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임 씨댁 처녀와 가약을 맺으면서 마을에서는 늙어가는 유일한 사람으로 남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몇 외부인이 들어오기는 했다만, 대부분 초분되어 사라지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죽고 말았습니다. 박 씨가 여지껏 살아남은 이유는 그는 초분의 진실을 알고도 입을 다물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바깥에 연고가 많았고, 실제로 초분리의 몇 가지 수상한 사건들을 무마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는 적당히 여생을 즐기다 갈 생각이며, 탐사자들에게도 큰 유감은 없습니다.
구멍가게에 들리면, 박 씨는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으라고 유통기한이 수상한 하드바를 몇 개 꺼내줍니다. 성에가 잔뜩 얼어있는 것이 꽤 냉동고에 오래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구멍가게 안에는 음식과 조미료, 세제와 농약, 모기향과 쌀포대 따위가 질서 없이 쌓였습니다. 뭐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탐사자들이 찾는 것의 대부분은 있기도 합니다. 구멍가게 안에는 수상한 물건이 없습니다. 다만 박 씨 아저씨와 대화하다보면, 그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괴담처럼 해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박 씨가 해주는 옛날이야기입니다. (핸드아웃으로 제공해도 좋고, 대화로 제공해도 좋습니다)
[대화 1: 고양이 귀신]
이 마을에는 원래 고양이를 안 키웠다. 개를 키운 적은 있는데, 이상하게 개도 소도 전부 하나씩 죽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다 죽어가는 고양이 한 마리가 마을 밖에서 온 트럭에 실려왔다. 어디선가 탔다가 여기까지 온 모양인데, 고양이 한 마리 있으면 어떻겠냐고 마을 아이들이 온통 빌어대서 결국 그것에게 물과 밥을 주고 죽나 안 죽나 지켜보기로 했다. 정성이 통한 건지 원래 살 놈이었는지, 한 한달 골골거리더니 살아나서는 밥 주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잘 따라니던 것이다. 시골 고양이니까 나비야, 하고 이름을 붙여서 오늘은 여기서 얻어먹고 내일은 저기서 낮잠자고 마을을 제 집으로 삼고 잘도 돌아다녔다. 아주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그러던 놈이 한 번 사달이 났다. 저기 서낭 나무에는 올라가면 죽는다는 옛날 이야기가 있는데, 웬 아이 하나가 거기를 올라갔지 뭐냐. 아이는 나무에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서 거기서 숨넘어간다고 껄떡거리고, 마을 사람들은 올라가면 자기도 그렇게 될까봐 누구 하나 감히 올라가지 못하고 장대 가져다가 애만 툭툭 치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밥값하겠다는 양 갑자기 펄쩍 뛰어서는 나무에 올라가서 애를 그 머리로 디밀고 디밀기 시작했다. 고양이에게 무슨 힘이 있는지 사지가 뻣뻣한 애가 기우뚱하다가 떨어지는데 고양이가 꼭 그걸 받아주려는 것처럼 아이랑 같이 뛰어내리더라. 애는 받았는데 고양이가 잘못 뚝 떨어진 건지, 다리를 막 절뚝거려, 그러더니 고대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고양이는 며칠 뒤에 발견됐는데, 글쎄 지 죽을 자리를 찾은 건지 초분 사이에 가서 쏙 양지 바른데에 둥지를 틀고 죽어있더라. 하도 그게 가상하고 기특해서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잘 장사지내줬다. 근데 뭐가 그리 아쉬워서 못 떠나는 건지 밤에 꼭 장짓문을 긁으면서 지 들여보내달라~ 울기도 한다. 밤에 조심해라. 고양이 우는 소리에 귀엽다고 막 열면 고양이가 나무에서 물어온 액이 씌일지도 모른다.
[대화 2: 초분 언덕 꺽다리 귀신]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된 일이다. 마을에 그 때는 공산당이니 위쪽이니 일본놈이니 하여튼 드나드는 사람이면 매번 문제가 있었는데, 어느 날 피난민 한 무리가 이 쪽으로 왔다. 그게 마을에 처음 들어왔던 사람들이라 그 때는 가엾다고 다들 며칠 지내게 해주자- 하고 터를 내줬다. 그랬는데 이 마을이 또 서낭도 있고 초분도 있지 않느냐. 사람들보고 들어가지 말라, 하지 말라, 잔뜩 얘기 했는데 전혀 지키지를 않았다. 나중에는 해 잘들고 덜 춥다고 초분 옆에다가 움막을 지어놓고 자더라. 비위도 좋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데서 잠을 잘 수 있나. 다들 내려오라 그러는데 말을 듣지를 않아. 내 생각에는 분명 홀렸던 거다. 나중에는 초분에 기어들어가는 바람에 다리를 잡고 끌어넀다. 정신이 나간 건지 뼈를 씹고 있더라. 흠씬 두들겨서 쫓아내자고, 굿해줄 필요가 뭐 있냐고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딱 마음을 먹었는데 그 날 밤에 갑자기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라. 아침에 나가보니 그놈이 초분 위에 걸려 있었다. 이상하게 사지가 다 빠져가지고 제 키보다 두 배는 늘어난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더라. 그 뒤로 밤이 되면 거기에 겅중겅중 뛰는 소리가 난다.
[대화 3: 초분리 화재]
내가 이 마을에 막 장가왔을 무렵이다. 마을에 언제부턴지 모르겠지만 불이 났다. 모기향이 엎어진건지 아니면 숯 태우던 게 잘못 불똥이 튄건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기와집이나 콘크리트도 없고 다 풀이니 불이 미친듯이 번졌다. 사람들이 다 논밭으로 뛰고 살림살이 탄다고 아우성인데, 그 때 애 하나가 못 빠져나왔다. 그게 저 임씨 집안 오대독자다. 임여운은 차남 손자라서 임정자하고는 좀 먼 사인데, 임정자 아들이 그 모냥이 났으니 얼마나 저 집에서 난리가 났겠어. 애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무조건 살았다고 절대 안 죽었다고 말도 못 붙이게 해서 그 때 결국 장사를 못 치른 거로 안다.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이 불에 진짜 예민하다. 그 때 타버린게 한두 개가 아니다.
사실 세 이야기는 모두 각각 연결점이 있습니다. 마을 서낭 나무는 '탐사자만 올라갈 수 있는 곳'이며, 사실은 꺽다리 귀신도 그 때 도망치던 희생자입니다. 고양이는 화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가 임정자의 집 별채에 있습니다. 죽어서도 죽지 못한 산송장으로 말이죠. 두 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요소를 합쳐서 세 개의 괴담이 되었습니다. 박 씨가 이것을 얘기하는 이유는 탐사자들이 겁을 먹게 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초분리의 수상한 비밀을 어디 캐볼테면 캐보라고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내용을 조합하는 것은 탐사자의 몫입니다.
종가집 (임정자의 집)
마을 큰어르신 임정자의 집입니다. 초분리는 임씨 가문의 집성촌인데, 임정자는 그 중에서 마지막 남은 장녀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들로 대를 잇는 것에 실패했다는 듯 합니다. 슬하에 자식이 아들 하나 있어 그가 대를 이을지 말지에 대해 마을 사람들이 말이 많습니다. 마을의 가장 큰 어르신인데다 아주 오래 대소사를 결정했기에 아마도 아들이 대를 이을 거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마을 중심부에 있으며, 가장 으리으리한 기와집입니다. 구태여 옛날 기와집의 골조를 그대로 살리고 콘크리트로 바른 벽 위에 진흙과 벽돌을 덧대어 옛날 느낌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을 들어가보면 여기저기 전선이 연결된 케이블도 있고, 배수로도 제대로 되어 있어 전통 가옥보다는 민속촌 느낌을 줍니다.
임정자의 집은 크게 안채와 사랑채, 별채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안채와 사랑채가 있으며, 사랑채는 손님맞이용으로 쓰입니다. 평소에는 장지문을 위로 열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전통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침대와 에어컨 등이 보입니다. 안채는 임정자의 사생활 공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TV나 라디오 소리가 항상 잔잔하게 들립니다. 임정자가 안채에 있을 때면 인기척에 나와봅니다. 이 때에는 대청마루에서 손님을 맞으며, 손님이 돌아갈 때까지 지켜봅니다. 그러나 자세히 지켜보거나 임여운을 꼬드겨 일정을 알아낸다면, 임정자는 꼭 오후 4시에서 6시까지는 별채에 가고, 6시부터 8시까지는 마을회관에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4-6시에는 안채를, 그 외의 시간에는 별채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정자는 손님이 자신의 집에 숨어들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이 있는 동안- 탐사자들을 매번 저녁에 마을회관으로 부를 것입니다. 어떻게 따돌릴 지는 탐사자들의 몫입니다.
안채는 소박합니다. 장롱과 이부자리, 한쪽에 부엌과 화장실로 연결되는 문, 현대적인 책들이 꽂혀 있는 작은 책장 정도입니다. 장롱 속에는 한복과 일상복이 걸려 있습니다. 이부자리도 오래 사용하여 한쪽이 움푹 들어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책장의 책들은 대부분 요리책인데, 간혹가다 유사 의학에 관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건강 채식, 뇌호흡 체조, 마음 명상... 다단계가 조금 의심되는 구성입니다. 책들을 이리저리 뒤집어봐도 딱히 떨어지는 건 없지만, (자료조사 판정)에 성공하면 임정자가 주의깊게 읽은 부분들- 메모를 해놨거나, 책갈피를 꽂았거나, 접어둔 곳들이 눈에 띕니다. 대부분 죽음을 미루는 법, 즉 장수하는 법과- 암을 완치하는 법, 같은 대체 의학으로 치유하기 같은 것들에 체크가 되어 있습니다. 집안에 병자라도 있는 걸까요?
(관찰력 판정)에 성공하거나, (역사 판정)에 성공하면, 옛날식으로 지은 집에는 벽에 꼭 작은 찬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전래동화에 보면 꿀단지를 숨겨두던 곳으로 나오죠. 이 집에도 그런 게 있을까요? 벽을 더듬어가다보면, 병풍 뒤쪽에 틈이 걸립니다. 병풍을 접으면 벽의 찬장의 손잡이를 찾아 열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열쇠와 함께 족보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주 낡고 투박한 쇠 열쇠는 서낭당 서고의 것입니다. 족보책은 낡아 바스라질 것만 같은 분위기지만, 막상 만져보면 굉장히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언어: 한자, 또는 옛 한국어 판정)에 성공하면 족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족보 치고는 굉장히 특이합니다만, 아내와 시집을 간 딸 등을 포함해 모든 여성의 이름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읽어나가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임여운은 분명 족보에서 가장 최신에 있어야 할텐데, 이름이 없습니다. 임정자의 이름도 없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찾아 올라가다보면, 탐사자들은 임여운의 이름을 약 100년 전에 태어난 곳에서, 그리고 임정자의 이름은 300년 전의 페이지에서 찾아냅니다. 그리고 임여운 아래에 더 이상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이성 판정: 1/1D4) 탐사자들의 친구인 임여운은 누구인 걸까요?
별채
안채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별채입니다. 비스듬하게 안채 뒤쪽에 위치해 정면에서 집을 보면 별채가 있다는 걸 알 수 없습니다. 탐사자들이 별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려는 방법은 하나, 초분 언덕에 올라가 마을을 내려다보는 것입니다. 어느 각도에서도 보이지 않던 별채는 언덕 위에서 바라보면 나무 그늘 사이에 숨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별채는 작지만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창문은 없고, 기와 대신에 슬레이트와 현대식 지붕이 덮였습니다. 벽은 새로 만든 티가 납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지만, 건드리는 순간부터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열어서는 안된다는 감각, 안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착각이 엄습합니다. (정신력 어려움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만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실패한 탐사자가 문을 열려고 할 경우, 손이 녹아내리거나 불타는 환각을 겪습니다. 실제로 손은 불이라도 지른 것처럼 빨갛게 부어오르고 수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소란이 일어날테고, 마을 사람들은 무단 침입을 한 탐사자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을 여는 데는 (근력 판정)이 필요합니다. 철문이 느릿하게 열리면 캄캄한 어둠 속으로 빛이 네모지게 줄기를 이루며 안을 약간 비춥니다. 손전등을 휘저어보아도 안은 새카만 상태라, 눈이 도저히 어둠에 익지 않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야만 내부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안은 사람이 사는 방 모양을 그대로 본딴 형태입니다. 벽을 비추면 온통 먹으로 한자같은 것이 적혀 있습니다. (한자, 중세 한국어 판정)에 성공하면 그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 판정)에 성공하면, 읽지는 못해도 그 한자들이 최근이 아닌 옛 한자이며 무언가의 경문 같은 것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풀이 깔렸고 개다리 소반 하나가 발에 채입니다. 하얀 쌀밥이 가득 올려진 상차림이 있습니다. 밥그릇에는 숟가락이 거꾸로 꽂혀있고, 음식들은 모두 허여멀건합니다. 탐사자가 밥상을 보면 갑자기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씹는 소리가 들립니다. 방의 가장 안쪽, 정중앙의 자리에 어둠 속에서도 까만 덩어리가 있습니다. 빛을 비추거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바싹 말라붙고, 새까맣게 변해버린 사람의 미라입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 손은 가슴 위에서 팔과 함께 오그라붙었습니다. 그 미라에게서 음식 씹는 소리가 납니다. 우적 우적, 우적 우적. 그리고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엄마, 엄마. 밥.'
'엄마, 엄마. 몸이 뜨거워.'
'언제 날 살아나. 언제. 꺼내줘. 몸에서 꺼내줘.'
사실 이것은 임정자가 마지막으로 낳았던 아이로, 초분리의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죽어서 태어났으며, 초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시절 불장난을 하고 놀다가 온 몸이 타버린 것입니다. 비극적이게도 이 불은 영혼이 다른 몸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버렸습니다. 즉, 초분리의 사람들은 본래의 몸이나, 혼백이 깃든 몸이 타버리면 영원히 그 자리에서 붙박이며 더는 환생할 수도, 빙의할 수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임여운이 초분을 태워달라고 부탁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살해하는 방식으로는 그들은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초분을 불태우고 마을을 열어 혼백과 사람을 뒤엉키게 해야 그들은 마침내 죽을 수 있기 떄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임정자의 아이는 불탄 미라 안에 갇혔고 초분을 아무리 시도해도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해를 받으면 바스러지기 시작해, 임정자는 아들을 별채에 모시고 산 채로 죽은 자식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라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음식 씹는 소리는 사실 귀신이 젯밥을 먹듯이 허공의 소리입니다. 목소리는 자세히 들으면 개짖는 소리처럼 메아리가 울립니다. 눈앞의 것은 죽은 지 몇십 년은 된 썩어버린 미라입니다. 그러나, 분명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합니다. 목도한 탐사자는 (이성 판정 1D4/1D8)
탐사자들이 미라에 해를 가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미라가 다친 것을 알게 된 순간 임정자는 탐사자를 초분해버리고 싶어하는게 아니라, 똑같이 불태워서 죽이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라는 이미 오랜 시간의 작열통에 사실상 정신이 나간 산송장에 가깝기 때문에, 아마도 탐사자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자비는 엔딩 부근에서 초분을 태워 혼백을 해방해주는 것일 겁니다.
[핸드아웃: 벽의 경문]
벽의 경문의 내용은 비슷한 구절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반복되는 내용들 중 겹치는 것들을 추리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삼신제왕 부정 피부정 음양부정 몸부정 목신 석신 동토부정
철물 동토부정 악귀 잡귀 원귀 사귀 와 일체부정은 신장님전 굴복하고
종종부정 속거천리 만리타방 으로 퇴주하라
천태산상 신령님과 일체신령 권속님들
잠시궁을 떠나시어 이제단에 내리시어
이정성을 받으시고 원하는바 만족하게
기묘한 영통력을 명찰하게 주옵소사
아마천지 이전부터 절로생긴 솟은바위
기천만배 절을하며 지성으로 발원하되
금강산 만이천봉 신선님의 기도터요
묘향산 비로봉은 참선자의 기도터요
천수봉 초분리는 가우새 우는 생멸터요
천상천하수일살 천상지하수일살 지하천상수일살
천상사방수일살 천상팔방수일살 지하제신수일살
차마듣지 못할래라 세상만사 오화이라 천상약이 좋다한들 삼계가 화택이나 그도역시 원명이여
인간의 전륜황은 만선복덕 제일이나 생사병사 못면하고 역대왕후 고금호걸 당시에는 자재이나
우비고뇌 못면하니 죽음길 허사되여 나의권속 지중하여 생전에 보구나 임종시 이별하고 만반고통
쓸데업네 저기저지 저혼신은 선망후망 혼신들은 금일금시 송경법사 해원경에 해원원심 풀으시고
살아원혼 풀으시고 죽어원혼 풀으시고 황천에 맺힌고를 모두다 풀으시고 왕생극낙 가옵소서
피아자생 금일출행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제질병 금당대 옥당대 금대 천측월
측사측 사길만사 아금비상지검 아도비상지도
금귀취신 성제불제 천장표니 가던길을 돌아와서 이내 뜻을 품자 하니
가져간걸 놓으시고 차린것을 들고 가소.
옴 급급 여률령 사바하,
* 해당 내용은 무속 경문(간귀신주, 신명청배축원문, 제석경, 해원경, 신장기도축원문 등)의 여러 파트를 따와 수정, 재창작 해놓은 것입니다. 본래 사특한 주문으로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부분들은 축문에서 액귀를 쫓고 수명이 다한 이에게 극락왕생을 비는 축문들을 합쳐놓았으나, 시나리오 내에서는 죽은 자를 다시 불러들이고 산 자의 혼을 바꿔치기하는 경문으로 사용되었다는 설정입니다. 모든 종교에 대해 비방은 없으며 차후에 추가로 더 내용을 수정합니다.
초분
마을 서낭당에서 갈라지는 길을 따라 10여분 올라가면 나오는 평지입니다. 언덕배기 산입 초에 만들어져 있으며, 흙을 평평하게 다져놓은 것처럼 딱 좋은 곳입니다. 묘지가 서 있기에는 완벽한 곳이고, 그걸 증명하듯이 여기저기 풀 움막들이 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사람 서넛이 넘게 들어갈만한 텐트 같은 형태입니다. 임여운은 이 곳에서 치르는 초분 (사전적 의미)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초분은 마을을 굽어다보는 위치에 있는데, 마을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길목이 하나하나 자세히 보일 정도입니다. 움막들의 뒤편에는 풀과 함께 묘비가 몇 개 서 있습니다. 부주의하게 돌아다니거나 땅을 쑤셔보는 탐사자가 있다면, 임여운은 이 언덕 자체가 임씨 가문의 선산인지라 그 아래 조상님이 묻혀 있다고 넌지시 말해줍니다. 유교적인 탐사자라면 더 파헤칠 기분은 들지 않을 겁니다.
(지능 판정 성공): 생각해보면, 집성촌인데다 그다지 마을 사람도 많지 않은 이 곳에 비해 움막이 비교적 크고 많은데다 꽤 최신의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여운에게 물어본다면 마을 밖에서 시집이나 장가를 온 사람도 같이 묻어주기로 방침이 바뀌었다고 대답합니다.
초분 자체는 밖에서 보면 그다지 볼 게 없습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 외에는 억새와 수풀이 우거져 있어 따로 내려갈만한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핸드폰 맵을 켜본다면 논밭을 표현하는 옅은 색 위에 덩그러니 현재 위치만 표시됩니다. 가까운 도로까지 나가려면 걸어서 1시간은 가야 할 듯 합니다. 어디까지나, 마을을 통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남의 집 선산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산은 야트막하고, 볕은 잘 들며 잔디는 제법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관찰력 어려움 판정 성공): 잔디가 잘 관리된 데 비해, 꽃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철 잡초든 야생화든 보여야 할텐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연 판정)에 추가로 성공한다면 풀뿌리가 썩어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위에만 꼭 인조 잔디처럼 떠 있는 기묘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임여운이나 다른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면 잡초 뿌리가 깊어서 쉽게 파지도 못하고 곤란하다는 말을 할 겁니다. 썩은 뿌리 같은건 보이지도 않는다는듯.
초분의 진정한 모습을 알려면, 움막 중 하나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어느 것이든 상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초분에 손만 대도 호통이 날아올테지만, 임여운은 탐사자들이 초분 안에 관심을 가진다 싶으면 감시하는 척을 하면서 사실은 모른 척 해줍니다. 임여운으로서는 탐사자가 그 안을 보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키퍼는 이 부분에서,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것이나 임여운을 피해 움막 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판정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초분 안은 한약 냄새가 납니다. 이상하게도 시체 썩는 냄새가 없습니다. 안은 어두침침하고, 풀잎과 약간의 흙, 그리고 사람이 내뱉은 숨의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어둠에서 눈이 차차 익게 되거나, 핸드폰 불빛, 손전등 등으로 앞을 비추면 끔찍한 모습이 한순간에 드러납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겹겹이 포개진 해골들입니다. 썩어가는 시체따위는 어디에도 없고, 과학실 표본처럼 삭은 것도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돌아갈 것만 같은 흰 뼈들이 골격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쌓여 있습니다. 마치 사람 위에 사람이 누운 것과 같습니다. 움막 안에 바람이 스칠 때마다 뼈를 통과하며 마치 북이 울리는 듯, 휘파람새가 우는 듯한 기묘한 소리를 냅니다. 초분의 사전적 정의를 미루어봐도 뼈가 된 것은 여기에 있으면 안됩니다. 뒤에 묻혀야 하죠. 그러나 이 곳에는 온통 백골 투성이고, 탐사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골의 안와 안에 눈이 있습니다. 핏줄도 없고 노란빛이 되어버린 말라붙은 탁기 그 자체이지만, 그것이 분명 탐사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성 판정: 1D6/1D10)
탐사자가 광기를 일으키거나 도망치더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임여운은 탐사자가 안을 봤다면, 탐사자들을 붙들고 설득을 시도합니다. 저 안에서 본 것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며 반드시 밤에 자신을 만나달라고요. 이 부분은 둘째날 밤의 임여운의 엔드 분기와 이어지기 때문에, 키퍼는 탐사자들이 초분을 보는 것이 둘째날이 되도록 배치해주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낮에는 임여운은 초분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혹여라도 초분 안에 있는 것을 봤다고 말하는 순간, 그들은 적대하여 탐사자들을 집단 구타라도 해 매달아둘 것입니다. 조심하여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서낭당
마을의 서낭당입니다. 이제는 사람 둘이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사당 하나와 굿판 벌이기에 충분한 나무 앞 마당, 그리고 사당 뒤의 엤 서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서낭 나무는 사람 세넷이 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는 아름드리 나우이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속이 조금 삭았습니다. 나무는 튼실한데, 구멍들을 따라가다보면 안에서 텅 빈 소리가 나고, 제일 위쪽에는 새둥지마냥 까만 옹이가 푹 파였습니다. 나무에는 금줄과 흰색 천이 걸려 있습니다. 임여운은 이 나무를 보고 조상님이 제삿밥 먹으러 오시는 거라고 마을 신앙을 설명해줍니다. 마을 나무는 그래서 조상신이 내려오는 계단이니 사람이 올라가면 큰일난다고 합니다. 옛날에 저기 올라간 사람이 죽었다나요. (구멍 가게 참조) 사당도 외부인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안에는 탱화가 한 장, 위패가 두 개, 그리고 향이 두 개, 불전함이 하나 있는 소박한 구성입니다. (오컬트, 인류학, 역사, 혹은 예술: 종교 판정)에 성공하면 탱화를 유심히 볼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불보살 아래에 있는 팔부신중이 주인공인 신중탱화 같습니다.
[핸드아웃: 신중탱화(지식)]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는 신중을 그린 불화. 신중도 · 신중탱화. 신중도의 화면을 구성하는 세 그룹은 천신을 그린 천부(天部), 신장상을 그린 천룡부(天龍部), 예적금강을 그린 명왕부(明王部)이다. 천부만을 독립적으로 그린 제석천도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유행했던 형식으로 주로 주존인 제석천이 자신의 거처인 선견성이 그려진 타원형의 부채를 들고 봉황장식의 의자에 앉은 형상으로 묘사된다. 이후 18세기 후반 경부터는 합장을 한 형상의 범천․제석천이 함께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신중탱화와는 모습이 다릅니다. 우선 아래에 있는 신중은 어딘가 아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울어진데다, 시선은 위쪽을 향하지 않고 아래나 다른 신중의 모습을 봅니다. 발 아래에는 정법의 사바세계 대신 피 흐르는 물과 불타는 수풀이 자리했습니다. 가운데 있어야 할 제석천은 어딘가 익숙한 얼굴입니다. 가까이서 뜯어보면 임정자의 얼굴과 비슷합니다. 하나는 여자고 둘은 남자인데, 입고 있는 옷은 불화의 옷이나 머리에는 검은 테를 둘렀고 손에는 솟대를 잘라놓은 것 같은 나뭇가지와 나무함을 들었습니다. 불화의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임여운이나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면, 해당 불화는 칠성화처럼 민간신앙이 많이 들어가게 된 버전으로, 옛날 초분리에 찾아왔던 거사님에 의해 마을이 크게 구원받았다며 그 때 그린 불화라고 합니다. 이미 몇 백년은 되었다는데 보관 상태는 아주 양호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바라보고 있을 수록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마치 불화가 마주 바라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계속 오래 본 탐사자는 갑자기 목함이 움직이며 그 안에서 사람 머리가 툭 떨어지는 환각을 봅니다.
서고는 당연히 잠겨 있습니다. 마을의 족보나 중요한 장부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곳의 열쇠는 임여운이 가져다줄 수 없으며, 워낙 마을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지라 그가 모른척 해주기도 어렵습니다. 탐사자들은 밤이 되기 전 저녁 등을 노려서 열쇠를 손에 넣은 뒤 서고 안을 살펴봐야 합니다. (서고에 들어가는 타이밍이나 방법 등은 키퍼의 재량으로 진행) 서고의 자물쇠는 구형의 복잡한 자물쇠이며 (열쇠공 극단 판정+은밀행동 어려움 판정의 복합)에 모두 성공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임정자의 집에서 열쇠를 가져와야만 합니다.
서고는 총 3개의 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쪽 벽에서 다른 쪽 벽까지 길게 짜넣은 나무 서고로,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절의 서고와 비슷하게 된 구조입니다. 첫번째 장에는 A4용지로 이런저런 회의록이나 예산 관리 장부 등이 몇십 년에 걸쳐서 쌓여 있습니다. 우물을 팠다, 전기 공사를 해야 한다, 앞에 도로를 세워야 한다, 재개발을 한다 만다 보상을 해라 마라, 이장을 뽑네 마네.. 시시콜콜하지만 마을의 중요한 대소사들입니다. 살펴보고있자면 근현대사의 마을 속 정치에 대해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 장에는 마을 사람들의 족보로 추정되는 기록이 꽂혀 있습니다. 출생이나 사망 신고서를 비롯해 결혼 신고서도 있고, 세로쓰기나 한자로 쓰인 옛날 책들도 있습니다. (자료 조사 판정)에 성공하면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의 전출입 기록과 생일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누가 누구랑 결혼했는지도 나옵니다. 임정자의 족보는 당연하지만 없습니다. 구멍가게 박 씨의 족보는 따로 없는데, (자료조사 어려움 판정)에 성공하면 '외지인'이라고 적힌 문서들을 찾아냅니다. 그 문서에는 박 씨의 이름과 함께 마을 밖에서 온 사람들의 이름과 들어온 날, 누구와 혼인해서 어디에 살게 되었는지 따위가 적혀 있습니다. 꽤 의외인 부분입니다. 그야, 보통 다른 지역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라벨 붙이듯이 이렇게 적어놓고 정리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죠. 게다가 문서의 모든 사람들의 이름에는- 박 씨를 제외하고 '종료' 도장이 뻘겋게 묻어 있습니다. 뭘 종료했다는 걸까요.
마지막 세번째 장은 가장 빛이 안 드는 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먼지와 바스라지는 책의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전부 한자가 섞인 옛 한글로 적혀 있어, 읽으려면 (교육 극단, 또는 언어: 옛 한글 판정)이 필요합니다. 긴 서고와 달리 책은 겨우 몇 권만이 꽂혀 있습니다. 한 권은 아주 얇고, 나머지는 두껍습니다. 만지는 데에도 (손놀림 판정)이 필요합니다. 실수하면 찢어지거나 오래된 부분이 마치 종이겹 벗겨지듯 찢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핸드아웃 1: 비급]
비급서라고 적힌 문서입니다. 겨우 열몇 장밖에 되지 않으며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초분을 하는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매장 하는 대신 장례를 치르지 않고 그대로 움막에 안치해 초분한 뒤, 그 살이 썩고 뼈만 남을 때까지 둔다.
3년이 지나 탈골이 완료되면, 사주가 같은 이를 한 명 잡아 초분 속에 들여보낸다.
무슨 소리가 나도 들여다보지 말라. 반드시 새벽닭이 다섯 번 울 때까지 누구도 움막을 보면 안 된다.
그러면 그 다음 날 해가 뜰 때 죽은 자가 살아돌아올 것이며 죽음의 운명도 피해갈 것이다.
한 번 탈골하고 나면 그 후로는 3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3일이면 족하다.
그리고 책의 구절마다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위와 배치, 색깔 등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초분할 사람의 머리는 북쪽으로, 살아날 사람은 남쪽으로 두어야 하고, 남쪽 머리에는 체를 두어야 합니다.
서쪽에는 젯밥을 두고 동쪽에는 패물을 두어 저승사자를 속여야 합니다.
한 번 초분된 사람은 다시는 죽지 않습니다. 목을 베면 무력화되지만, 죽는 건 아닙니다. 다시 초분을 하면 되살아납니다.
산 채로 땅에 묻어도 오랫동안 썩을 지언정 육신을 혼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그들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핸드아웃 2: 두꺼운 책]
이 문서만은 아주 두껍습니다. 조만간엔 분철도 될 것 같습니다. 안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시가 적혀 있습니다. 그 뒤에는 마을 사람의 이름과 생년월일시가 적혀 있습니다. 사람들의 이름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비해, 마을사람의 이름은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이 계속 반복됩니다. 또한 마을 사람들의 생시도 계속 같습니다. 마치 마을 사람들이 몇 번이나 계속해서 쓰여진 것 같습니다. 앞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들을 비교해본다면 '소거'된 외지인들의 이름과 일치하는 이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째날 밤
탐사자들이 어느 정도 돌아보면 저녁이 됩니다. 저녁밥은 임여운의 집에서 먹습니다. 나이에 비해 유독 젊어보이는 어머니가 소박한 시골 밥상을 차려줍니다. (관찰력 극단) 판정에 성공한 경우, 어머니는 젊어보이는 인상에 비해 얼굴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기묘한 인상입니다. 마치, 누군가의 껍질을 뒤집어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그 감각은 굉장히 짧게 지나가고, 다시 눈을 비비고 보면 별다를 게 없는 50대의 가정 주부처럼 보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별채로 돌아옵니다. 마을에서 '늦었으니 불을 꺼라' '밖에 함부로 나오지 말라'며 주변에 알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옵니다. 이윽고 마을의 불도 하나둘씩 꺼지고, 임여운도 나오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남기고 본채로 갑니다. 탐사자들도 문을 닫고 방 안에서 오늘의 이야기를 의논할 수 있습니다. (어떤 탐사자라면, 괜히 문을 열어둔다던가, 잠그는 것을 잊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키퍼는 해당 부분을 살려서 밤에 일어나는 일에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밤이 깊고 탐사자가 한참 단잠에 빠졌을 무렵, 장지문 밖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은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꼬리를 일렁이고, 박박 긁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옵니다. (듣기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는 잠에서 깹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밖에 희미한 달빛을 조명 삼아 고양이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정신력 판정 성공: 탐사자는 그것이 마을 사람들이 말한 '문을 열면 안되는 것'이란 것을 깨닫습니다. 문을 열지만 않으면 안전합니다. 차라리 다시 잠을 청하는 게 나을 것입니다. 모두가 판정을 성공했고, 자기 전에 문을 잘 잠가두었다면 고양이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집니다.
정신력 판정 실패: 탐사자가 문을 열면 고양이는 없고 몸의 근육이 다 드러난 바싹 마른 사람 미라 같은 것이 고양이처럼 몸을 말고 이쪽을 보며 야옹야옹 입으로 우는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눈은 사람 눈이 뻘겋게 충혈되어서 고양이처럼 빛납니다. (이성 판정 1/1D4) 이윽고 미라가 펄쩍 뛰어서 탐사자의 방으로 덤벼들어와 탐사자들을 덮칩니다. 암흑과 함께 불에 타는 듯한 따끔한 통증이 밀려들어오고, 탐사자는 모두 기절합니다.
한 명이라도 판정에 실패하면 그 실패한 탐사자가 문을 열고 모두가 기절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위에서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 판정 없이 문이 저절로 열립니다. 정확히는 문 사이로 뼈만 남은 손이 더듬더듬 들어와 문을 열고, 미라가 나타나게 됩니다.
탐사자는 기절했다는 자각이 없습니다. 무언가에 덮쳐져, 그걸 쳐냈다- 라고 생각한 순간, 이불을 걷어차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침 해가 높이 솟았습니다. 문도 닫혀 있습니다. 그러나 탐사자들 모두가 같은 것을 경험했고, 꿈이라고 하기에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관찰력 판정)에 성공하면, 이부자리를 털자 마른 핏자국과 함께 흙과 풀이 떨어집니다. 간밤에 일어난 일은 확실히 있었던 일입니다! 탐사자들은 오싹한 기분이 다시 한 번 (이성 판정 0/1).
기절했거나, 문을 잘 닫고 잠들었거나, 두번째 날이 시작되고 탐사자들은 둘째날에 '고양이 소리를 내는 귀신'에 대해 물어볼 수 있게 됩니다.
둘째날 아침
아침, 사람들에게 지난 밤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박 씨가 말하는 고양이 귀신 괴담을 이야기해줍니다. (전날 듣지 못했다면, 이 곳에서 들을 수 있으며 그 외의 귀신 이야기는 박 씨에게 들으라고 구멍 가게를 추천해줍니다.)
이외의 둘째날 조사는 마을 조사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다만, 탐사자들이 마을 산책을 나가기 전, 임여운이 저녁에 할 얘기가 있으니 꼭 마을 사당 쪽으로 와달라는 말을 합니다. 이 때의 임여운은 답지 않게 진지하고, (심리학 판정)을 해도 진실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둘째날 밤
저녁을 먹고 탐사자들은 임여운이 만나자고 한 곳으로 향하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러 갈 수 있습니다. 자러갈 경우 (END A. 배드 로스트 엔드) 입니다. 임여운이 탐사자를 기다리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탐사자들을 초분해버리기 때문입니다. 탐사자들이 임여운을 믿고 그를 만나러 가면 어둠 속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서 있는 임여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탐사자들이 모든 진상을 파악했다면, 임여운에게 묻고 싶은 것이 분명 많을 것입니다. 임여운은 그것을 짐작한다는 듯한 태도와 말투로 탐사자들에게 같이 초분으로 올라가자고 합니다.
"너흴 해치려는 게 아니야. 분명 못 믿겠지만, 믿고 나랑 같이 올라가지 않을래?"
(심리학 판정)에 성공하면 임여운은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임여운이 해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탐사자들은 임여운을 공격할 수도 있고, 그를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임여운을 공격한다면 초분의 마지막 진상과 임여운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게 되며, 탐사자들은 마을에서 도망치는 엔드 B밖에 선택하지 못하게 됩니다. 혹은, 임여운이 사망하며 마을 사람들이 탐사자를 쫓아와 대규모의 집단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적게 잡아도 탐사자 수 vs 30명 정도의 마을 사람과의 집단전입니다. 아주 극히 드문 예를 제외하고는 아마도 탐사자들이 반드시 패할 것입니다. 그 경우에는 엔드 A로 진행됩니다.
탐사자들이 임여운을 믿기로 하고 그를 따라간다면, 임여운은 서낭나무에 올라가 무언가를 꺼내달라고 합니다. (오르기 어려움)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임여운은 마을 사람은 누구도 올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죠. 서낭 나무는 초분된 사람들의 혼백을 가두어두는 곳이자 이 땅에 매인 주박의 상징으로, 초분리 사람들이 올라가면 저주받고 그 혼이 육체에서 튕겨나가게 됩니다. 아직 자신의 혼백과 육신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탐사자만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서낭 나무의 가장 높은 곳, 가지 사이에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구멍 안에 손을 밀어넣으면, 꼭 나무가 텅 빈 것처럼 빨려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무언가가 손에 걸립니다. (정신력 판정)에 성공하면 그것을 꺼낼 수 있습니다.
안에서 나온 것은 제웅입니다. 아주 오래된 풀 위에 새로운 풀이 계속해서 감겨진 것 같은 기이한 모양새에, 팔다리 부분에는 사람의 머리카락이 감겨 있습니다. 제웅의 몸통 부분은 불룩합니다. 살짝 헤쳐보면 안에는 쌀이 들어있습니다. 제웅을 꺼낸 탐사자는 (이성 판정 1/1D4). 탐사자가 제웅을 갖고 내려오면 임여운은 일행을 초분으로 데리고 갑니다. 가면서 임여운은 탐사자들의 질문에 대답해줍니다. 정확한 진상이나, 옛날 이야기 (진상 파트의 초분이 시작된 연유 등) 같은 것을 전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탐사자들을 데려온 이유가 본래는 초분을 하기 위해서였으며, 마을 사람들이 지금쯤 탐사자들을 잡기 위해 별채로 가고 있을 것이라고도 얘기해줍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초분에 도착하여, 임여운이 초분을 가리킵니다. 임여운의 부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안에 그 제웅을 넣고 불을 질러줘. 제웅과 초분이 한 번에 타버리면, 다시 시작할 수 없거든. 아마 해가 떠오르면 혼백들과 함께 사라지겠지. 우리가 저 초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때는 오직 초분할 사람을 집어넣을 때뿐이야. 우리의 생명을 끝내고 이 저주를 끝내는 건 너희만 가능해. 그리고 불을 지르고 마을 집들의 문을 전부 열면서, 도망쳐 줘. 이 마을에서 멀리 멀리 떠나줘."
임여운은 탐사자들이 할 법한 질문들에 다음과 같이 대답해줍니다.
Q. 왜 마을과 다른 일을 하는가? 함정이 아닌가?
A. 함정이 아니다. 밖에서 탐사자들과 어울리는 동안 이 삶의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걸 끝내고 싶다. 더 이상 죽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Q. 불을 지르면 어떻게 되는가?
A. 모두 죽는다. 임여운도, 마을 사람도, 그리고 초분당해 백골이 된 사람들도 전부.
Q.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구할 방법은 있는가?
A. 없다. 대부분 혼만 남은 상태인데다 뼈가 삭아서 돌아갈 길도 없다. 게다가 빼앗긴 몸은 이미 초분의 혼과 붙어있어서 벗겨내면 그대로 죽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희생자들은 희생되었다.
Q. 집 문을 전부 열어야 하는 이유는?
A. 마을에 아직 남은 혼백들은 집이 열려 있으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마을 집 또한 일종의 초분과 같은 봉인 무덤이라서, 다른 혼이 들어가면 본래 집주인도 몸을 빼앗기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실제로 뺏길 수도 있다. 문을 열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사람이 아닌 속도로 쫓아올테니, 열고 도망치는 게 안전하다.
Q. 꼭 불을 질러야만 하는가?
A. 그렇지 않으면 이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초분을 할 것이다. 너희들은 도망칠 수 있겠지만 마을에 희생자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고 나도 너희를 도망가게 한 이유로 죽고 말 것이다.
Q. 이 제웅은 무엇인가?
A. 혼이 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해주는 제물적 장치다. 거기에 감긴 머리카락들은 본래 초분리 사람들이 가장 최초, 자신의 몸이었을 때의 머리카락이다. 수백년 된 머리카락도 있다. 썩지 않았다는 것은 혼이 아직도 여기에 매여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함께 태워야지만 혼이 해방된다. 초분 안에 넣는 이유는 마을 사람들은 초분 안에 못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 몇 명 죽으며 서낭 나무에 올라가도 그게 없을테니 시간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 외의 모든 질문에 답한 뒤, 임여운은 시간이 없다며 탐사자들에게 재촉합니다. 탐사자들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그 말대로 불을 질러,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마을을 통째로 화장하거나, 아니면 임여운의 부탁에서 도망쳐 마을을 어둠을 틈타 떠나는 것입니다. 시간 제한을 두세요. 제한 시간 내에 고민하지 못한다면, 마을 사람들이 초분까지 따라 올라와 집단전을 벌입니다. 엔드 A로 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이 분기가 바로 엔드 분기입니다. 탐사자들의 선택에 따라 클라이맥스 진행 후 엔드로 이어집니다. 제한 시간을 두되,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엔딩
END A. 검은 혀로 비명을 지른다
- 마을의 모든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다.
- 임여운을 믿지 않고 둘째날 밤에 잠들었다.
임여운을 만나러 갔지만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경우, 임여운은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잠시 마을을 함께 산책합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고 잠에 짓눌립니다. 열 걸음도 가지 못해 탐사자들은 모두 자리에 쓰러집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만이 뚜렷하게 머리 위를 떠돕니다.
'이번에는 누구 차례였지?'
'분명 박씨 차례였지.'
'하나는 임 어르신 몫으로 남겨두라는군.'
'이걸로 마을도 또 몇 년이 안심이야.'
다음 순간, 탐사자들은 눈을 뜹니다. 젖은 풀과 흙의 냄새가 뒤섞입니다. 그러나 시야가 이상합니다. 마치 눈알만 남은 것처럼 사방으로 넓고, 몸 하나 까딱할 수 없습니다. 용을 쓰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둠에 익은 눈이 움막 천장을 담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초분의 안. 수많은 백골들 위에 탐사자가 다시 백골로 누웠습니다. 아직 상하지 않은 눈과 약간의 장기를 꿈틀거리고 헐떡이면서. 움막 문이 열리고 임여운이 안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탐사자들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자신들의 모습은 기이하고, 가면처럼 아무런 혈색이 없다가- 천천히, 천천히 골격과 근육이 바뀌어가며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만났던 마을 사람의 젊은 모습으로- 임정자의 젊은 모습으로.
"초분이 잘 되었네. 고생했다."
"이제 그만 가지."
비명을 지르고 싶어도 성대나 혀는 없고, 오직 눈만 데굴거리며 백골이 된 탐사자는 움막에 남겨집니다. 앞으로 자신의 몸이 노화하여 죽을 때까지는 이 곳에 오직 뼈만 남겨진 채 살아있는 채로 죽어있을 겁니다. 이제 탐사자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뼈가 구르는 소리를 내던 것이 지금까지 쌓여온 모든 죽음의 비명이었던 것처럼.
- BAD END
- 탐사자 로스트. 이후, 탐사자의 노화 수명에 따라 사망합니다.
END B. 검은 눈은 타오르는 불을 담는다
- 마을의 모든 진실을 알아냈다. 또는 알아내지 못했더라도 둘째날 이전에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 임여운의 부탁을 거절하고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 마을의 초분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이 비록 타인의 육체를 빼앗아 불사를 이룬 자들이라고 해서, 죽일 권리가 탐사자들에게 있을까요? 그것은 굉장한 고뇌거리일 것입니다. 게다가 그 죽음을 종용하는 임여운은 탐사자들의 친한 지인이니 눈앞에서 그를 쉽게 죽인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탐사자들은 떠나기로 합니다. 이 마을에서의 일을 잊고 도망치기로 합니다. 임여운은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나가는 길은 저쪽이야. 수풀을 헤치고 나가. 수풀 안쪽에 키를 꽂아놓은 차가 있어. 그걸 타고 도망가면 돼. 그리고 명심해, 절대로 차에 타서 초분리 마을 밖으로 나가 도로를 타기까지는 뒤를 돌아보지 마. 어떤 소리가 들리고, 누가 부르더라도 절대로. 돌아보면 안돼. 도로로 나가도 해가 뜰 때까지는 멈추지 마. 어느 쪽으로든 좋으니 그냥 계속 달려. 해가 뜨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이 마을에 다시는 돌아오지 마. 잘 가."
임여운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면, 임여운은 거절합니다. 자신까지 도망치면 마을 사람들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을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분리를 벗어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곧 찾아올 죽음이라면 차라리 지금, 탐사자들을 살려보내는 데에 쓰자. 그것이 임여운의 뜻입니다. 본래의 경우라면 임여운은 설득되지 않으며, 아래의 내용도 임여운을 두고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탐사자들이 강하게 원한다면 키퍼는 개변을 거쳐 (설득 극단 판정) 등을 통해 임여운을 데리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마지막을 참조하여 임여운의 남은 여생을 묘사해주세요.
임여운을 뒤로 하고 탐사자들은 임여운이 가리키는 길로 따라 나갑니다. 수풀이 허리를 넘어 가슴과 목까지 자라나 있습니다. 수풀은 마치 칼날처럼 탐사자들이 지날 때마다 흔들리며 여기저기 생채기를 냅니다. (건강 판정)에 실패하면 HP-1. 수풀을 헤치고 갈 때쯤, 뒤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옵니다. 탐사자들은 아래의 소리들이 들릴 때마다 (정신력 판정)을 합니다. 실패하면 뒤를 돌아보고 싶어집니다. 이 때의 실패를 한 번은 다른 탐사자들이 막아줄 수 있습니다. 서로 간의 (민첩, 근력) 판정 등으로 잡아당겨서 끌고 가는 것입니다. 연달아 실패할 경우 결국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판정은 탐사자 수만큼 진행합니다.
- "불이야! 마을에 누가 불을 질렀다! 도와줘!" 여러 사람이 외치는 소리입니다. 등 뒤에서 열기와 함께 확하고 밝아집니다.
- "나야! 나야! XXX (탐사자 이름), 날 좀 도와줘. 지금 나 뒤처졌단 말야. 손 잡고 같이 가!" 탐사자들 중 한 명이 뒤처진 것처럼 불러옵니다.
- "살려주세요. 같이 가요! 저도 잡혀왔어요. 절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 젊은 사람, 혹은 어린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쪽이든 탐사자들이 제일 반응할만한 목소리로 진행해주세요.
- "미안해, 나 마음이 바뀌었어. 나야. 여운이야. 같이 가. 데려가줘. 살고 싶어." 여운의 목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 "이거 떨어뜨렸어. 떨어뜨린 거 맞지? 가져가야 하지 않아? 가져가. 여기 있어." 탐사자가 뒤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혹하는 소중한 것을 말해주세요.
- "잡았다. 잡았다! 어딜 도망가려고. 절대 도망 못 가. 우리 마을에 영원히 있어야 해!" 이 때 탐사자는 누군가 뒤에서 잡아채는 느낌을 받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당연하지만 탐사자들을 혹하게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시커먼 백골이 불쑥 솟아오르며 탐사자들의 발목을 잡아채고 늘어집니다. 바닥이 순식간에 진흙으로 변하며 썩은 시체들의 늪 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이성 판정 1D4/1D6) 이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닙니다. 땅 전체를 흐르고 있는 원혼들이 탐사자들의 발목을 망령의 늪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탐사자들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근력 대항 판정)이 필요합니다. (망령의 근력: 75) 탐사자들이 한 명씩 망령에게 잡힐 때마다 카운트를 올립니다. 카운트가 5 이상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도착합니다. 탐사자들은 망령에 붙잡힌 채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입니다. (END A)
모든 것을 뿌리치고 카운트가 채워지기 전에 수풀 밖으로 달아났다면, 낡은 검은색 밴이 보입니다. 문은 열려 있고, 안에 차키도 꽂혀 있습니다. 기름은 가득 채워진 상태입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합니다. (자동차 운전 판정)에 실패하면 앞에 수없이 많은 백골이 된 시신들이 서 있는 환각을 봅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마다 백골들이 눈알만 그 두개골 속에서 굴러다니며 팔을 뻗어옵니다. 여기저기 흔들리다 차가 도랑에 빠지거나 나무를 들이받는 등의 피해가 생깁니다. 자동차의 카운트도 5입니다. 5회 이상 실패할 경우 차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합니다. 멈춘 차를 두고 도망갈 생각을 바로 하지 못한다면 마을 사람이 쫓아올 것입니다.
차를 몰고 가는 동안 뒤에서는 끊임없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립니다. 차창 밖이 성에가 끼듯이 흐려졌다가 수도 없이 많은 손자국이 찍힙니다. 차는 멀쩡히 달리고 있는데 텅, 텅 하며 무언가가 앞에 부딪히는 충격이 계속해서 가해집니다. 비포장도로 이상의 흔들거림과 함께 앞유리창이 점점 뿌옇게 변합니다. 와이퍼를 작동시키면 씻겨내려가지만 그도 잠시뿐, 다시 손자국과 함께 사람이 입김을 내뱉는 모양의 물안개가 계속 낍니다. 차 안의 온도는 에어컨이 꺼져 있는데도 계속해서 내려가고, 계기판은 엔진이 얼어붙는다며 오작동 사인을 끊임없이 보냅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를 끊임없이 부정해야 합니다. (이성 판정 1D4/1D6)
마침내 차가 초분리 마을 입구 표지판을 지나가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납니다. 차의 흔들림도, 손자국도,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오히려 기이한 정적과 도로만이 남습니다. 이 지점에서 차를 멈추고 돌아보거나 하면 망령에게 사로잡힙니다. 차에 달라붙어 '육체를 돌려달라'며 끊임없이 두드리던 영혼이 탐사자의 혼을 쫓아내고 그 몸에 빙의해버리게 됩니다. 제령 (오컬트 어려움 판정, 또는 관련한 유사 아이템이 있는 경우)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그 탐사자는 다른 영혼이 들어간 상태로 엔딩을 맞게 되니, 최대한 돌아보지 않고 끝없이 달리게 해주세요. 해가 뜰 때까지 멈추지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기름은 점점 내려가고, 탐사자들은 끝없이 달립니다. 방향이 어느 쪽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기름 부족 사인이 뜨고 점점 차의 속도가 내려가고,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긴장감이 극에 달해 차 안의 공기가 숨이 막힐 때쯤에야 해가 뜹니다. 차는 몇 번 퍼지는 소리를 내고 멈춥니다. 해가 완전히 떴습니다. 탐사자들이 마침내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초분리에서는 이미 200km는 훌쩍 넘게 멀어졌습니다. 간간히 국도를 지나는 차들이 탐사자들이 탄 차를 지나가며 속도를 늦췄다가 허둥지둥 빠르게 도망칩니다. 차에서 내려보면 밴은 가관의 모습입니다. 차뚜껑과 천장, 헤드라이트를 할 것 없이 피묻은 손자국이 찍혀 있고, 밴의 뒷부분은 거의 찌그러지다시피 수없이 많은 손자국으로 우그러졌습니다. 뒷범퍼에는 깨진 흔적과, 타이어에도 거의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이 차로는 50km도 움직일 수 없었을텐데, 어떻게 도망친 것인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끝났습니다. 일행은 걸어서 다음 휴게소까지 향하고, 전화를 수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임여운은 그 자리에 더 이상 없습니다. 그는 며칠 후에 부고 소식을 보내옵니다. 장례는 초분리에서 치러집니다. 탐사자들이 갈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임여운의 부고 소식을 듣고 초분리로 찾아갈 사람들에게 이 '기괴한 비밀'을 알리지 않고 말릴 방법에 대해서는 또다른 고뇌가 될 것입니다. 말리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탐사자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악몽은 끝나지 못했고, 일행은 영원히 그 마을 근처를 헤메이는 듯한 감각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외면했기에 얻은 것이 있다면, 외면했기에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탐사자들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초분리의 불사자들이 언제 어떤 모습을 하고, 임여운처럼 친구로서 다가와 탐사자들의 목숨을 노릴 지 모르게 되었다는 것을. 앞으로의 인간관계에 끝없는 암운과 의심을 드리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 탐사자 생존
- 이성 -1D6. 부고 소식 이후 다른 사람들을 말리지 못했다면 추가로 -1D4.
- 오컬트 지식 +3
- 탐사자는 초분리 근처에 가지 못하게 됩니다.
- 초면의 타인을 만날 때 항상 의심암귀를 품게 됩니다. 이것은 캐릭터의 특성이나 단점처럼 부각됩니다. 안타깝게도, 초분리의 사람인지 파악하지는 못합니다.
- 이 모든 것의 해소는 탐사자들이 초분리로 돌아가 모든 것을 불태워 끝내기 전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분리에 돌아가는 것도, 불을 지르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만약 임여운을 살려서 데려온 경우, 부고 소식은 날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임여운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일이나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힙니다. 그의 몸은 빠르게 쇠약해지고, 마치 금방이라도 유체이탈을 할 것만 같아집니다. 임여운을 살리기 위해서는 영혼 주박의 술법을 찾아야 하지만, 재료는 모두 초분리에 있습니다. 그는 천천히 오랫동안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본래 되찾아야 했던 죽은 자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대신 임여운은 유언을 남깁니다.
'한 번도 살아있던 적이 없던 나에게, 이 몇 년간이 유일하게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이었어. 너희들에게 감사를. 다음 생이 있다면 그 때는 다시 꼭 만나자.'
임여운은 유품으로 마을에서 배웠던 몇 가지 주문과 술법들의 메모와 탐사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탐사자들에게 남겼습니다. 그것들이 앞으로의 초분리에서 탐사자들을 지켜주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여운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 지는 탐사자들이 의논합니다.
END C. 짚신불놀이
일행은 임여운의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젖은 풀움막, 그것도 안에 산송장의 뼈가 가득한 곳이 쉽게 탈 리가 없습니다. 일행은 움막을 제대로 태울 수 있는 위치를 찾기로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멀리 수풀에 주차된 차에서 휘발유를 가져와야 합니다. 움막 전체에 뿌릴 수 있을만큼 많이.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탐사자들도 불을 끄고 움직여야 합니다. (은밀행동 판정)에 실패할 때마다 위험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불을 피우기까지의 카운트는 10입니다. 카운트가 10에 달할 경우, 마을 사람들에게 발각되고 집단전 및 END A의 분기 쪽으로 흘러가니, 탐사자들이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이도록 배치해주세요. 휘발유는 적어도 3통 이상이기 때문에, 탐사자들이 셋 또는 두어 번 왕복해서 가져와야 합니다. 임여운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휘발유가 있는 차는 멀리 수풀 속에 있습니다. 수풀이 허리를 넘어 가슴과 목까지 자라나 있습니다. 수풀은 마치 칼날처럼 탐사자들이 지날 때마다 흔들리며 여기저기 생채기를 냅니다. (건강 판정)에 실패하면 HP-1. 수풀 밖으로 달아났다면, 낡은 검은색 밴이 보입니다. 문은 열려 있고, 안에 차키도 꽂혀 있습니다. 기름은 가득 채워진 상태입니다. 주변에는 온통 흐느낌 소리가 스산하게 들려옵니다. 발목을 잡는 뼈다귀의 감촉과, 등에서 잡고 늘어지는 오싹한 감각이 끊임없이 맴돕니다. 밴의 트렁크에 빈 휘발유통 여러개와 꽉 찬 휘발유통 하나, 펌프가 있습니다. 휘발유를 꺼내는 데는 2라운드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다른 탐사자가 판정을 두세번 할 때까지 걸리는 정도) 꽉 채운 통은 제법 무거워서 (근력 판정)에 실패한다면 실수로 쏟아버리거나, 아니면 반쯤 질질 끌다시피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휘발유를 꺼낼 때와 돌아올 때 모두 (은밀 행동 판정)을 해야 합니다. 실패 시마다 카운트는 같이 올라갑니다.
움막을 태울 수 있는 위치는 어둠 속에서 (관찰력 어려움 판정)에 성공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관찰력 판정을 하기 위해서는 (은밀 행동 판정)에 성공했어야 합니다. 실패하면 카운트가 올라가며, 그 라운드 동안은 행동하지 못하고 숨어있어야 합니다. 한쪽 움막에 바싹 말라 조금만 불을 붙이면 활활 탈 것 같은 곳을 찾아냅니다. 휘발유를 가져왔다면, 조심조심 숨어다니며 (판정 필요) 움막을 통째로 적십니다. 움막에 기름을 뿌릴 때마다 안쪽에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려옵니다.
밖에서 불을 붙이려고 하면 불은 꺼집니다. 불은 안에서만 붙여야 하며, 탐사자들 중 누군가는 움막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안으로 몸을 들이면, 백골이 밟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것의 어떤 것은 마치 모래처럼 부스러지고, 어떤 것은 딱딱한 돌조각처럼 빠작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둠 속에서 시선이 느껴집니다. 숨소리 같은 것마저 들리는 기분이 듭니다. 어둠에 눈이 익은 탐사자가 아래를 보면 자신이 밟은 수많은 해골들과, 그 안에서 데굴거리는 눈을 마주합니다. (이성 판정 1D6/1D10) 그것들은 사람입니다.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살지도 죽지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혼백만 썩은 백골에 남아 달각거리는 부스러지는 모래입니다. 멀리서 마을 사람들이 마침내 탐사자들이 없다는 걸 알아챘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기회가 왔을 때 불을 붙여야 합니다.
불을 붙이면, 맹렬하게 타오릅니다. (회피 판정)에 실패하면 화상을 입습니다. 탐사자가 재빨리 몸을 굴려 빠져나오면 움막은 굉음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멀리서도 보일만큼 검은 연기를 내뿜고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한순간 탐사자도, 마을 사람들도 전부 조용해졌다가 소란이 다시 일어납니다. 임여운은 타오르는 움막을 넋놓고 보다가, 탐사자의 몸을 잡고 마을 쪽으로 밀칩니다.
"빨리 도망가. 문을 열고 도망가. 절대 돌아보지 마!"
임여운의 얼굴 반쪽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불이 없는데도, 불이 붙은 것처럼 빨갛고 까맣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의 손이 덴 것처럼 뜨겁습니다. 임여운은 자신의 끝을 직감하고 탐사자들을 보내고, 뒤에 휘발유를 더 뿌리기 위해 남습니다. 물양동이와 소화기 따위를 들고 달려오는 마을 사람들이 보입니다. 다행히도 그들에게 들키지 않으면 그들은 탐사자를 신경쓸 이유가 없습니다. (보너스 다이스 +2개의 은밀 행동 판정) 탐사자를 단도리하는 것보다 움막의 불을 어떻게든 끄고 살아남는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그러니 탐사자 일행에게는 마을의 문을 온통 열고 도망갈 시간이 충분합니다.
마을 안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 것처럼 을씨년스럽습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고, 그 위를 맨발의 발자국이 수도없이 찍혔다 사라집니다. 집집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가 감쌉니다. (듣기 판정)에 성공하면 혼백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추워, 도와줘, 살려줘. 내 몸을 돌려줘. 열어줘. 따위의 목소리들. 일행이 문을 하나 열 때마다 그 혼백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문 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벽과 문에 튈 리 없고 존재할 리 없는 핏자국과 손자국이 가득 튑니다. 움막 쪽의 불은 여전히 거세게 타오르지만, 문을 열 때마다 누군가의 비명과 괴성이 메아리칩니다. 산 채로 타들어가며, 산 채로 죽어가는 자들의 아비규환이 등 뒤에서 끝없이 펼쳐집니다. 돌아보면 망령에게 사로잡힙니다. 어둠 속에서 시커먼 백골이 불쑥 솟아오르며 탐사자들의 발목을 잡아채고 늘어집니다. 바닥이 순식간에 진흙으로 변하며 썩은 시체들의 늪 속으로 끌려들어갑니다. (이성 판정 1D4/1D6) 이것은 단순한 환각이 아닙니다. 땅 전체를 흐르고 있는 원혼들이 탐사자들의 발목을 망령의 늪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탐사자들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근력 대항 판정)이 필요합니다. (망령의 근력: 75)
마을의 모든 문을 열어젖히고 돌아오면, 서낭 나무가 불에 타고 있습니다. 누구도 불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혼자 하얗고 파란불을 도깨비불처럼 태우며 불탑니다. 그 안에서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납니다. 나무가 옆으로 쓰러지며 사당을 덮치고, 파란 불은 마을로 번져나가기 시작합니다. 탐사자들은 타고 왔던 차로 달려가 차에 타고, 전력으로 엑셀을 밟아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등 뒤가 환하게 낮처럼 밝습니다. 한참을 달리는 동안에도 죽어가는 자들의 소리는 망령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해가 뜨고, 탐사자들의 차도 멈춥니다. 차는 진흙이 잔뜩 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느라 엉망이 되었지만, 마을 밖에서는 그저 평범한 차고, 탐사자들에게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 시점에서 탐사자들이 바로 초분리에 돌아가더라도 문제는 없습니다. 마을은 홀랑 타버렸고, 마을 사람들의 시체는 초분 움막 터 근처에서 발견됩니다. 다만 수도없이 나온 백골들과 타지 못한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임여운의 시신을 찾는다면 비교적 온전하게 탄 시체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하면 좀 더 이르게, 신고를 하지 않아도 1주일쯤 후에 경찰에게 발견되어 '초분리 화재 몰살 사건'이 신문과 뉴스를 몇 주 동안 장식합니다. 기괴한 사건입니다. 마을은 온통 불탔고, 차량이 도망간 흔적이 하나.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죽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죽은 자들의 치열과 유전자 감식은 전혀 맞지 않고- 초분의 움막에서는 집성촌이란 것이 무색하게 많은 백골이 발견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초분리에서 실종되었던 사람들의 것일까요? 그런 미스테리와 함께 끊임없이 온갖 괴담과, 유튜브 방송과, 뉴스 소식들과 함께 초분리의 비밀은 대중의 입맛에 맞게 요리됩니다.
오직 진실을 아는 것은 탐사자들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을의 주박과 모든 영혼이 풀려났다는 것을 아는 것도 탐사자들뿐입니다. 누군가의 죽음 끝에도 살아남은 당신들에게 또다른 내일을 축하하며.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것들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진다면, 오래 걸리는 일이겠고, 임여운을 기억한다면 그만큼 또 흐려지지 않는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 언젠가는 돌아갈 것입니다. 기이한 일들은 언제나 일어나고, 단지 모를 뿐이니까요.
- 탐사자 생존
- 보너스 이성 +1D6, 오컬트 지식 +4
- 마을에서 혹시라도 챙겨온 물건들이 있다면 대부분은 바스러집니다만 최근의 것이라면 한두개 정도는 남습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초분리는 폐허마을이 되어, 폐가 탐험이나 유령 유튜버들이 점령하고 맙니다. 그 곳에 유령이 없다는 것은 탐사자들이 가장 잘 아는 사실이지만... 언젠가 탐사자들이 그런 영상을 본다면, 나무가 쓰러진 터 근처에서 조용히 맴돌거나 카메라쪽을 바라보는 임여운의 유령 형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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